진짜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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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닥에 입문한지 이제 갓 5개월 째 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온 사람도 있고, 다른 걸 전공하고 혹은 다른 일은 하다가

실무 교육을 수료하고 온 사람도 꽤 많다. 전자든 후자든,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도 있고

억지로 하는 사람도 있다. 전공이냐 아니냐를 비교하기보다는.. 의외로,

정말 의외로 개발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었다.

실력을 따지려는게 아니다. 적어도 개발자게 되겠다고 다짐을 한 사람이라면,

즐기려고 노력해야되지 않나? 나도 개발이 즐거워서 하는 게 아니다. 정말 즐거워서 한없이

웃음지으며 개발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그런 정신나간 사람이 개발자 가운데 몇 퍼센트나 될까?

오늘 회사 선배와 '왜 개발자가 되었는가'에 대해ㅎ 짧막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중 한토막..

선배왈, "진짜 개발자가 되고 싶었는데.."
나, "진짜 개발자란게 어떤 거죠?"
선배왈, "API따위를 다루는....."

아마도 선배는 어쩌다 보니 툭하고 나온 말일 것이다. 하지만,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날리 없고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 심기가 불편해졌다.

C++처럼 어렵고 시스템적인 깊숙한 부분을 건드려야 진짜 개발이고,

웹은 쉬우니까 가짜 개발인가?(웹이 쉽긴 머가 쉬워 썅;;)

진짜 개발자와 가짜 개발자를 구분짓는 것은..(만약 그렇게 나눠본다면 말이다..),

무엇을 만드느냐, 얼마나 대단한걸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가늠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인드로 개발을 하느냐, 얼마나 자신의 잡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느냐,

진짜 개발자가 되기 위해(만약 그런게 있다면)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그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MS에 들어가서 "아, 신발스럽네 언제까지 이짓거릴 해야되지?"라는 마인드로

개발하는 사람보다, 조그만 모바일업체에서라도 "나는 이 컨텐츠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힘쓸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개발하는 사람이 훨씬

'진짜 개발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는 졸업하기전 몇년간 혼자 스스로 수없이 되물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어느날 크래쉬의 노래를 듣다가 머리가 띵했고, 리플레이하면서 계속 생각했다.

당장 답이 안나왔다.. 노래 가사처럼 이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모르는게 부끄러웠다.

그후 몇년동안 계속 생각했고, 결국은 찾았다...

나는 웹이 즐겁다. 웹을 통해 사람들이 소통한다는게 너무나도 좋다.

그렇게 이 세상이 하나로 묶이는게 너무나도 아름답고, 나도 그것을 위해 평생 일하고 싶다.

"Beauty is our business." 다익스트라가 한 말이다.

이정도 자부심은 있어야 진짜 개발자라고 할 수 있지.

나는 정말 실력 쥐뿔도 없는 녀석이지만,

자부심 하나로 즐겁게 개발하며 진짜 개발자가 되기위해 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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